한국인 첫 加 상원의원 연아 마틴, 한민족여성네트워크서 강연

입력 2010-08-30 19:18


“공직자는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s·公僕)입니다. 늘 말조심 행동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또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고개를 숙이라는 아버님의 말씀을 새기고 있습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30일 개막된 2010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10주년 특별강연 강사로 나선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 연아 마틴(46·사진)씨는 공직자의 덕목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총리·장관 후보자에서 스스로 사퇴할 만큼 공직생활에 얼룩이 많았던 국내 공직자들이 귀담아야 할 말이다.

한국인 최초로 2009년 1월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이 된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한국 사람이며, 캐나다에서 38년간 살았으니 캐나다 사람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몫만큼 강하다”면서 “앞으로 한국과 캐나다의 교량 역할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첫걸음으로 올해 4월 한국전참전용사의 날 지정 동의안을 발의해 7월 27일을 한국전참전용사의날로 공식 지정했다. 마틴 의원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7세 때인 1972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갔다. 90년 캐나다인 더그 마틴씨와 결혼해 마틴이란 성을 갖게 된 그의 본명은 김연아다.

“정신대 할머니들을 보면 내 할머니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도 찾고 있습니다.”

이민 1.5세대인 그는 “자아정체성에 갈등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늘 최선을 다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그 자신도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한인 커뮤니티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위 권유로 천직으로 여겼던 20여 년간의 교사생활을 접고 2008년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열성적이지만 깨끗한 선거운동을 지켜본 캐나다 정부가 그에게 연방 상원의원을 제안했다. 연방 상원의원은 정년이 75세로 거의 종신직이며, 그가 대표하는 BC주는 우리나라 10배가 넘는 방대한 지역이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밴쿠버도 BC주에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한때 목사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상원의원 제의가 왔을 때 소명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목회하듯이 책임 있게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일한 한국 출신인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름이 같은 김연아 선수가 피켜스케이팅에서 우승했을 때 너무나 기뻤다”는 그는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1일 막을 내리는 이번 대회에는 세계 33개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여성 지도자 229명과 국내여성지도자 620여명 등 850여명이 참가했다.

부산=글·사진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