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부실 키운 관리책임부터 물어라

입력 2010-08-30 17:48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보면 빚더미에 오른 LH의 부실 원인이 세종시나 혁신도시·신도시 개발 등 국책사업 때문이 아니라 무분별한 사업 확대 등 방만한 경영 탓으로 드러났다. LH의 부실은 옛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후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땅을 사들이는 바람에 미분양 토지가 2003년 2조7357억원에서 지난해 17조7942억원으로 6년 만에 6.5배로 급증했다. 토공과 주공이 서로 사업권 경쟁을 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이 스포츠센터나 도서관, 역사 건립 등 법적 근거가 없거나 해당 사업과 무관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여 소모한 예산이 무려 4조7318억원에 달한다. 이런 비용들이 그대로 조성원가에 반영돼 분양가가 오르면서 미분양이 늘어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 것이다.

LH는 작년 말 현재 부채가 109조2000억원으로 2003년(20조원)의 5배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가 75조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84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실이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진행 중인 기존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고, 또 최소한의 신규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부채가 늘어 2014년에는 198조원(금융부채 154조원)으로 지난해의 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빈사 상태의 LH가 살아나려면 사업 축소와 함께 구성원들의 각성과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 요청은 그 다음 이야기다. 국토해양부는 LH의 토지 가격 평가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해 보상비가 17조8381억원이나 과다 지급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LH 부실을 이 지경까지 방치한 데 대한 관리 책임을 따진 후에 지원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년 토공과 주공에 대해 국정감사를 하면서도 뒷전에서는 지역개발 민원을 해결하느라 수박 겉핥기식 감사를 해 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이제라도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