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대한제국 반발 거세자 직접 통감 취임”

입력 2010-08-30 18:41

1905년 을사늑약(제2차 한일협약) 체결 과정에서 한국의 저항이 워낙 거세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직접 대한제국 통감에 취임키로 한 사실을 보여주는 외교문서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이 문서는 을사늑약을 통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이토가 일본에 보고한 외교전문(電文)의 초고와 조약 교섭 중에 쓴 메모를 통해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 자료들은 당시 통역을 맡았던 마에마 교사쿠(前間恭作)의 자손이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규슈(九州)대에 기증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이토는 외교전문 초고에 ‘(외교관급의) 통감을 임명해야 한다’고 썼다가 줄을 그어 지웠다. 이는 외교관을 한국통감에 임명한다는 일본의 당초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토가 스스로 통감에 취임하기로 뜻을 바꿨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 연구가인 이토 유키오(伊藤之雄) 교토대 대학원 교수는 “이토는 을사조약(늑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한국 측 저항이 워낙 강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개 외교관 신분과 권한으로는 통감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스스로 그 자리에 앉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