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후보자 잇따라 사퇴] 박지원 주축 현란한 플레이… 민주, 위력 과시

입력 2010-08-29 18:54


민주당이 ‘8·8 개각’에 따른 인사 청문회 정국에서 제1야당의 힘을 한껏 과시했다. 한나라당(172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7석이라는 의석수로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 3명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낸 것이다.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여당에 맞서 후보자들을 사퇴시킨 파상공세의 중심에는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에서 ‘총리는 살리고 누구누구는 내놓겠다’고 했을 때 저는 원칙과 명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빅딜설’이 사실이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여권의 빅딜 제안에 “장관은 일정한 기일이 지나면 국회에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총리만은 안 된다. 만약 강행 통과시키려고 하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며 정공법을 택한 뒷얘기도 소개했다.

이처럼 산술적으로 여당 단독으로도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가능한 상황에서 박 대표가 정공법을 선택한 것은 여론 추이가 결코 야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대표는 청문특위 위원들의 잇단 의혹 제기로 국민 여론이 후보자 사퇴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결정적 한 방’을 추가로 터뜨릴 것이란 민주당의 ‘엄포’도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쪽저쪽에서 (김 후보자 거취를) ‘오늘(29일) 결정할 테니까 그 이상 언급을 말아 달라’는 얘기도 전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신재민·이재훈 후보자가 낙마한 뒤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막말 발언 외에 특별한 흠결이 없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의 입장이 있지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입장”이라며 즉각 자진사퇴할 것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내각 인선에 지나치게 압박을 가하다 역공을 맞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주도면밀한 파상공세를 통해 김 후보자의 낙마라는 ‘대어’를 낚은 데 이어 장관 후보자 2명의 사퇴까지 이끌어내면서 7·28 재·보선 완패로 상실했던 정국 주도권을 다시 움켜쥐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예산국회인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승기를 잡음으로써 현 정권이 역점과제로 추진해 왔으나 야권이 반대해온 4대강 사업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