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후보자 잇따라 사퇴] 김태호 총리 후보자 사퇴까지 긴박했던 여권

입력 2010-08-29 20:20


“본회의 표결”〈26일 지도부 비밀리 회동〉→ “표결 늦추자”〈27일 의총 분위기에 위기감>→ “도저히 안되겠다”〈27일 밤 ‘김태호-박연차 사진’ 공개 후>

지난 27일 늦은 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만났다. 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공정한 사회는 도덕성이 기초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이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 기조에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대통령께 제 거취에 대해 말씀드려 달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후보자는 “정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총리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수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자신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김 후보자가 2006년 2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김 후보자가 박 전 회장과의 골프 회동이 있었던 2006년 12월보다 앞선 시점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당 지도부는 임 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급박한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최고위원은 “30, 31일 이틀간 당 연찬회를 거쳐 9월 1일 인준안을 표결하면 부결될 것 같다”고 기류를 전했다.

28일 오전, 임 실장은 이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키로 했다. 29일 오전 10시, 김 후보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했다.

26일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김 후보자 사퇴보다는 ‘생존’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의 비공개 모임에서는 “27일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 오전 청와대에선 일반 행정관까지 모두 참석한 확대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 원칙의 출발점이자 중심이 돼야 하며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표결 강행 움직임과는 별개로 일부 문제 후보자의 낙마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수도권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 후보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예상보다 훨씬 거센 비판이 터져 나왔다. 내부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김무성 원내대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 일정을 9월 1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