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金, 두토끼 사냥 성과… 北·中 밀착에 멀어지는 南·北
입력 2010-08-29 18:3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 방문을 통해 안정적 권력승계와 경제지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확실한 북·중 밀착을 택함으로써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중 밀착이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후계구도 지지와 경제지원 약속=중국 방문의 핵심은 3남 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첫 방문지로 지난 26일 지린(吉林)에 있는 고 김일성 주석의 향수가 묻어나는 위원(毓文)중학교와 베이산(北山)공원을 찾았다. 다음달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정은의 권력승계 정통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정은과 함께 위원중학교를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정은이 방중에 동행했다는 것은 사실상 중국 지도부가 권력승계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방중 당시 확실히 하지 못한 것을 이번에 매듭지었다는 분석이다.
또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유·무상 지원 등 경제적 도움을 약속받고,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 제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동북 3성만을 방문한 것은 향후 추진될 양국의 경제협력 및 대외개방 방안 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나진항 등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추진해온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 간 ‘창지투 선도구’ 개발 계획을 마련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되나=김 위원장의 방중은 양국의 특수관계를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후 주석이 휴가차 동북 지방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변방인 창춘까지 찾아가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김 위원장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외면한 것과 대비된다.
한·미가 천안함 사태 이후 최초의 외교·국방장관 연석회담이라는 파격 외교로 동맹을 강화하자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창춘 정상회담이라는 또 다른 파격 외교로 맞선 셈이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사안이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중국이 권력승계 및 경제지원을 약속해주고, 대신 북한은 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특단의 결심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핵과 6자회담 혹은 개혁·개방 문제가 상당 부분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며 “한·중 관계를 강화하고 남북 경협 등을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