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자진사퇴… 집권 후반기, 民心을 택했다
입력 2010-08-29 23:56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총리 지명 21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내수동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신·이 후보자도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곧바로 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들의 사퇴는 이번 개각 내용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임 실장이 전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후임 후보자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을 서둘러 다음달 추석 전에는 가급적 후임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리 후보군으로는 김황식 감사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 등의 사퇴 의사를 전격 수용한 것은 여론을 거스르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오만하다’ ‘고집불통’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국정 운영이 힘들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권력의 중심추가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현재보다는 미래권력 쪽으로 급속히 쏠리는 현상이 생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김 후보자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통령께서는 민심의 편에 서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 데다 한나라당 지도부로부터 ‘당 상황이 심상치 않다. 30, 31일 당 의원연찬회를 거치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보고도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낙마 사태를 맞아 배수의 진을 치는 분위기다. 지난 8·8 개각을 통해 지명된 국무위원 8명 중 3명이 임명 전 낙마한 것은 정권 출범 첫 조각 때 ‘고소영·강부자 파동’을 겪으면서 이춘호 박은경 남주홍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한 만큼의 충격적인 사태다.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결연한 시작”이라며 “참모들 모두 독하게 마음먹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고 청와대 내부 기류를 전했다. 집권 후반기를 총리 후보자 낙마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위기감의 다른 표현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청와대 임 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 당·청 수뇌부는 이날 저녁 긴급 회동해 김 후보자 사퇴 이후 민심 수습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공정한 사회’와 ‘공정한 잣대’를 강조하며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과도하게 환부를 도려냈다”며 “같은 잣대를 다른 쪽에도 들이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의 의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확실하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