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中-필리핀… 홍콩 관광객 8명 사망 여파
입력 2010-08-29 23:57
필리핀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8명의 홍콩 관광객이 숨진 것과 관련해 중국과 필리핀 고위급 인사들이 상대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양국 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홍콩 뉴스 사이트 봉황망 등 중국과 홍콩 언론은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가 다음달 초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인질 참극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홍콩 언론들은 중국 내에 일고 있는 ‘반(反) 필리핀’ 정서가 리 부총리의 필리핀 방문 계획 취소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제호마르 비나이 부통령이 이끄는 사절단을 26~27일 중국에 보내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방문을 보류시켰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도 26일 휴가차 홍콩을 방문해 30일까지 머물 예정이었지만 인질 참극 여파로 취소했다.
중국과 홍콩 주민들 사이에도 ‘반 필리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인질범인 롤란도 멘도사의 장례식에서 유족이 필리핀 국기를 관에 덮은 게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높아졌다. 신화통신은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이 강한 분노의 뜻을 담은 서면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홍콩 주민들도 29일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필리핀 정부에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는 31일 열리는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결정된 중국인 2명이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불참 의사를 밝힌 사람은 중국 환경위기 대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환경보호국의 판웨 부국장과 저장(浙江)성 마을 이장인 푸치핑씨다.
한편 23일 마닐라에선 M-16 소총으로 무장한 멘도사가 관광버스에 탄 홍콩인 관광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진압 과정에서 홍콩인 8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