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륜 갖춘 화합형 총리 지명을
입력 2010-08-29 19:03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은 들끓는 민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세 사람의 비리 및 약점은 그들이 고위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국정 기조로 제시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공정한 사회의 경우 실천이 중요하며 청와대가 출발점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을 했다. 국민 모두가 지지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발언이다. 이번 총리·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수용에는 이런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비리 의혹이 드러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을 두둔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게다.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견을 수렴한 것은 좋은 징조다. 청와대는 정권 출범 이후 집권당의 의견을 묵살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볼멘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문제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고 그것이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정국 주도권 장악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제 후보자들을 털고 가는 게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한나라당의 진언은 옳았다.
청와대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곧바로 후임 인선에 들어갔다. 일부러 늦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총리직을 20여일 더 비우더라도 큰 문제는 없으며, 두 장관직의 경우 현 장관이 그만큼 더 근무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야말로 업무능력이나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 ‘반듯한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총리의 경우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인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태호 후보자의 경우 48세 젊음을 앞세워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자격 미달임이 금방 탄로났다.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주창한 만큼 그에 걸맞은 인재를 골라야 할 것이다. 세대교체 여론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설령 나이가 노년기를 맞았다 하더라도 사고가 젊다면 얼마든지 자격이 있다. 장관이 아닌 총리는 더더욱 그 점을 염두에 둬야겠다. 여러 분야에서 검증되고 경륜을 갖춘 화합형 총리감을 생각해봄직하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가 3명이나 자진 사퇴해야 하는 치욕적인 상황을 초래한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인사비서관실의 검증 시스템이 고장난 것인지, 직원 개개인의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파헤쳐봐야겠다. 필요하면 해당 조직 개편과 인사를 서두르기 바란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나 언론이 걸러주기 전에 완벽에 가까운 검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