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외국인 급증…통화정책 효과 반감 우려”

입력 2010-08-29 21:47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채권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당국의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29일 ‘채권시장에도 외국인 영향력 시작됐다’는 보고서에서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채권금리에 대한 외국인 영향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2007년 38조4000억원으로 증가하며 국내 상장채권의 4.6%까지 차지했고 올해는 75조3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채권의 6%를 넘어섰다. 이는 2006년 국내 상장채권의 외국인 채권 비중이 0.6%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구원은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국내 기업의 선물환 매도가 늘어 외국인의 채권 투자비용이 줄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정책금리 인하로 내외 금리차까지 확대돼 국내 채권시장의 차익거래 유인이 커진 점 등을 들었다.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 채권투자가 단기 차익거래가 아닌 중장기적 목적의 투자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기회복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우리나라 국채가 씨티그룹이 발표하는 글로벌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등을 꼽았다. 또 연구원은 통화안정증권(통안채)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규모가 커지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외국인의 채권보유 비중이 주식에 비해 작고 만기가 길어지는 점으로 미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투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해지면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 중장기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 채권시장 안정과 발전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