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움터 지킴이’와 CCTV는 무얼 했나

입력 2010-08-29 18:59

교내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9일 학교에서 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박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일요일인 지난 22일 오후 2시50분쯤 광주 모 초등학교 교문으로 들어서는 A양(12)을 본관 현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학교 본관에는 CCTV 3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현관을 감시하는 CCTV는 없었다. 경비원(74)이 A양의 비명을 듣고 현장에 갔을 때 A양은 이미 성폭행을 당했고, 박씨는 달아난 상태였다. 경비원은 A양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돌려보내 경찰이 피해자를 확인하고 피의자를 추적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정부는 김길태 조두순 사건에 이어 교내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지자 전국 5843개 초등학교에 CCTV 설치, 24시간 모니터링 인력 배치, 공휴일에도 24시간 학교를 순찰하는 ‘배움터 지킴이’ 확대 운영 등 성폭행 예방 대책을 쏟아냈다. 또 성폭행범에 대한 권고 형량을 높이고, 신상정보 공개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늘리는 등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 정부 대책도 일요일 대낮에 교내에서, 그것도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본관 현관에서 벌어진 성폭행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CCTV는 무용지물이었고, 일흔을 넘긴 경비원 혼자 학교를 지켰으니 모니터링 요원과 배움터 지킴이도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일만 터지면 재탕, 삼탕인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책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