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김정은 보일라” 카메라 피해 철통보안
입력 2010-08-29 23:5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철저히 베일에 싸인 가운데 그의 행방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귀국 일정이 늦어지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행보 하나하나는 이번 방중의 특수목적인 후계구도 문제와 연계된 의도된 행보라는 관측이다.
◇오리무중 행보=김 위원장은 당초 28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방중 이튿날인 27일 창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김 위원장을 태운 의전차량 20여대는 28일 오후 8시40분쯤 중국 경찰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인 난후(南湖)호텔을 출발, 창춘역에 도착했다. 창춘역에서는 중국 측 고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송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창춘역에 깔린 붉은색 융단 위에서 중국 측 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악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측에선 사실상 공식행사가 끝난 것으로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8일 밤 창춘역을 떠난 특별열차는 이후 어느 곳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옌볜조선족자치주로 향했다는 애기가 전해졌지만 29일 낮까지도 김 위원장은 물론 특별열차의 행방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졌다. 뒤늦게 오후 7시쯤에야 김 위원장 일행이 창춘에서 바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김 위원장이 하얼빈에 있는 김일성 혁명유적지를 참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계구도를 겨냥한 예정된 행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얼빈은 김일성이 빨치산 운동을 펼칠 거점으로 생각했던 곳으로 생전인 1964년 중국 방문 당시 이곳을 직접 찾아 혁명유적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한때 투먼(圖們)과 훈춘(琿春) 쪽에서 움직임을 보였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30일 귀국을 앞둔 사전 경비강화가 와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동행 포착=김 위원장 방중에 3남 정은이 동행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6일 김일성의 모교인 위원(毓文)중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후계자로 내정된 정은이 동행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그들(김정일-정은 부자)이 그곳에 있었던 것은 100% 사실”이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7일 창춘에서 있었던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도 정은이 참석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이 잇따랐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자연스럽게 정은을 소개하고,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방중 당시와 달리 이번에 극도로 노출을 꺼리고 있는 것도 후계자인 정은의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행보가 주로 ‘성지순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동행하고 있는 정은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