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 등 얼음골서 희귀식물 대량 발견
입력 2010-08-29 19:19
한여름에도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얼음골에서 멸종위기종과 한반도 고유식물을 포함한 희귀식물이 발견됐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강원도 화천·정선·평창, 경기도 연천·포천 등 최근 발견된 얼음골 5곳에서 희귀식물 13종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한반도 고유종인 참골담초, 산개나리, 자병취와 흰인가목, 꼬리까치밥나무, 북분취, 큰제비고깔 등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북방계 희귀식물이 함께 발견됐다.
국내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한 애기가물고사리, 공작고사리, 토끼고사리, 개석송, 두메고사리 등 다수의 북방계 희귀 양치식물의 새로운 서식지도 확인됐다.
특히 강원도 정선 얼음골에서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개병풍 군락지가 발견됐다. 개병풍은 국내에선 강원도 석회암지대 일부에서만 발견됐고, 세계적으로도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희귀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확인된 얼음골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05년에도 경북 밀양 등 얼음골 7곳을 조사해 뚝지치, 한들고사리 등 희귀식물을 발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이 빙하기 이후 저온 환경을 이루는 얼음골을 피난처로 삼았기 때문에 북방계 희귀식물이 발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음골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최후 빙하기의 기후 환경 및 식생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 증거다. 하지만 여름철 피서객의 무분별한 출입과 인공구조물 설치로 지속적으로 훼손되는 실정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얼음골은 땅 밑에서 찬 바람이 불어나온다 해서 ‘풍혈지(風穴地)’, 여름에도 얼음이 언다고 해서 ‘하계동결현상지’라고 불린다. 산속 비탈진 곳 암반에서 떨어져 나온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 주로 발견되고, 돌 틈으로 찬 공기가 스며 나와 국소적인 저온 환경을 이루는 지역을 말한다. 자연대류에서 비롯된 축냉현상, 단열팽창으로 인한 제습 냉각 등이 원인이다.
축냉현상이란 겨울 동안 찬바람이 돌 틈 깊은 곳까지 들어가 냉기를 저장하고 봄이 돼 따뜻한 공기가 들어가면 차갑게 냉각돼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산 아래쪽에 있는 돌 틈 사이로 불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단열팽창은 공기의 부피가 커지면서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돌 틈 깊숙한 곳에 있던 찬 공기가 밀려 나오면서 압력차 탓에 부피가 커져 재차 온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