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美 고용지표 방향이 최대 변수
입력 2010-08-29 17:59
지난 27일 열린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인 잭슨 홀에서 세계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인 벤 버냉키는 또다시 ‘헬리콥터 벤’을 자임하고 나섰다. ‘헬리콥터 벤’은 2002년 벤 버냉키가 Fed 이사로 재직할 당시 미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을 펴 얻은 별명이다.
이번 잭슨 홀 회의에서 버냉키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올 여름 미 경제가 고용과 주택시장 지표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정체되지는 않을 것이며 내년에도 경제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만일 미국 경제가 현저하게 악화돼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경우 경기진작을 위해 대규모 장기국채 매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했다. 경기불안심리가 진정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안정에 최선을 다한 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냉키의 위로성 발언만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 장기 시장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 수준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유동성 확대정책이 경기회복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경기회복 기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정 확대 정책이 요구되는데, 정치권 내부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재차 회복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고용과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 또 오는 11월로 예정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의 지속적 회복을 위한 각국의 적극적 부양의지가 합의되고,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경기부양에 합의하는 등 외부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주말 발표되는 8월 미국 고용지표 향방이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주식시장에서도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둔 신중한 투자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 이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