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투병 철수로 이라크 치안공백 심각 ‘테러 공포’

입력 2010-08-29 19:52


7년5개월 동안 진행돼온 미군의 이라크전쟁이 31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최고 등급의 테러 경계령이 내려지는 등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미완의 전투 종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선 후보 입장에서 나는 이라크전쟁의 종식을 공약했었다”며 “이제 대통령의 입장에서 나는 이라크전쟁을 종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요한 건 이라크도 다른 주권 독립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다는 점”이라며 “내년 말까지 (비전투 병력까지 포함한) 모든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전쟁활동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는 31일 제1기갑사단 본부가 있는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를 방문한 뒤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쟁 활동 종료를 선언한다.

앞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마지막 전투여단이었던 제2보병사단 제4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지난 19일 철수를 완료했으며, 31일 나머지 전투병력 6000명도 철수한다.

미국은 9·11테러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연루돼 있다는 명분 아래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침공했다. 2007년 이라크 안정화 작전 당시 17만1000명으로 최고 수준에 달했던 미군은 단계적인 철수를 통해 5만명 미만인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나머지 5만명의 비전투 병력도 이라크군과 경찰의 교육, 훈련 등을 지원한 뒤 내년 말까지 이라크를 떠나게 된다.

미국의 경제가 ‘더블딥’을 우려해야 할 만큼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라크전에 따르는 부담을 줄인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자체 평가다.

그러나 미군의 이라크전 종료가 환영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군의 공백은 벌써부터 이라크를 테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군 전투병력이 빠져나가자 정부군과 경찰이 테러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무려 64명이 숨지고 190여명이 다치는 등 이라크 전역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26일에는 준군사조직인 ‘이라크의 아들들(SOI)’ 소속 대원 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졌다. SOI 소속 대원 상당수가 과거 알카에다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어 주요 보복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8일 최고 등급의 테러 경계령을 내렸다. 수일 내에 알카에다와 후세인 추종세력들이 대규모 폭탄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서다. 여기에다 중앙정부와 쿠르드족 간 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1980년대 이라크와 두 차례 전쟁을 치른 바 있는 이란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바그다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라크 일각에선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는 이라크에 대한 도덕적, 법적, 역사적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