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31년 ‘가전의 달인’ LG전자 HA사업본부 이영하 사장

입력 2010-08-29 17:59


상생정신과 기술력 바탕 2014년 글로벌 No.1 등극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영하(56) 사장은 입사 후 31년 동안 냉장고와 세탁기 등 모든 생활가전의 생산, 기술개발, 품질관리, 구매 등을 두루 거친 ‘가전의 달인’이다. 31년간 쌓은 내공으로 LG의 ‘가전 명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가전은 LG전자에게 언제나 듬직한 효자 품목이다. 지난 2분기 TV와 휴대전화 부문은 부진했지만 HA사업본부는 흔들리지 않고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3.8% 늘렸다. 현재 LG전자는 세계 가전업계에서 미국 월풀,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이은 3위. 하지만 영업이익률 면에선 이들을 압도한다. 올 상반기 LG전자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7.7%인 반면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는 각각 6.5%, 4.8%에 그쳤다.

이 사장은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시점을 2014년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착실히 1위 품목을 늘려가는 중이다. 현재 LG전자는 세탁기와 냉장고 전체로는 각각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드럼세탁기와 톱마운트(윗부분이 냉동실) 냉장고 부문에선 1위다.

이 사장이 가장 믿는 구석은 제품 기술력이다. 그는 “드럼세탁기의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내부 공간효율을 높인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냉장고 소비전력을 최대 30%까지 줄인 리니어 컴프레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관련 특허가 지뢰밭처럼 깔려 있어 다른 업체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와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한 무상 보증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9, 10초당 세탁기 1대를 만들어내는 공장 효율성도 LG전자의 자랑이다. 이 사장은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주문받은 물량만 생산하는 평준화 시스템도 중요하다”며 “일본 도요타처럼 재고 없는 공장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중에서 덩치가 큰 품목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많이 쌓이거나 물류과정이 복잡하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도요타라는 자동차회사 생산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전부문에서 LG전자에 뒤진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가전에서도 글로벌 1등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삼성은 좋은 상대”라며 비교적 느긋한 모습이었다. 그는 “월풀, 일렉트로룩스, 보쉬 등 기존 가전 전문업체들은 제품 혁신 사이클이 여타 전자제품보다 긴 편인데, 혁신 주기가 빠른 삼성이 뛰어들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최근 재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에 관해선 “해외 사업을 함께 해보면 해당 협력사의 경쟁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협력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2008년부터 48개 협력사에 혁신 전문가를 파견, 체질개선에 주력해 왔다. 일례로 세탁기 부품업체 삼천산업은 혁신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생산방식을 바꾸고 사출장비 무인화에 성공해 생산성 30% 향상과 품질 50% 개선, 재고 30% 감축을 이뤘다. 이 사장은 “이런 업체들과 해외에 동반 진출하면 처음엔 현지회사가 아니라는 핸디캡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곧바로 자리를 잡더라”고 말했다.

창원공장은 2012년까지 전문가 파견 대상을 150개사로 늘릴 계획이다. 1, 2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협력사의 해외법인, LG전자 해외법인의 협력사까지도 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위해 현재 20명인 공장혁신 전문가는 내년까지 30명으로, 경영컨설팅 전문가는 10명에서 2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사장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안마기 등 헬스케어 가전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정수기 사업은 탄력이 붙어 올해 국내 시장점유율이 10%에 이를 것”이라며 “연말부터 인도 등지에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