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北 트위터와 이란
입력 2010-08-29 19:51
미국 정부나 언론은 북한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활용에 관심이 많다. 바로 이란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란 대통령 선거 직후 부정선거로 촉발된 민주화 운동은 트위터로 인해 증폭됐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까지 철저히 차단됐던 당시에 시위 장면과 잔혹한 진압행위가 외부 세계로 중계될 수 있었던 것은 트위터 덕분이었다. 이란 철권통치를 고발하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었다.
세계 현안을 매일 낮 브리핑하는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주 두 차례나 북한이 활용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체제 선전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이 트위터와 네트워킹된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며 “그런데 북한 당국이 트위터에 가입은 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가입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나”라고 비꼬았다. 폐쇄된 구조 속에서 오로지 체제 선전 도구로만 이용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대미 홍보전을 시작하자 “진정한 문제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페이스북 가입을 허용할 것이냐 여부”라면서 “친구 없는 페이스북은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주 ‘남북한이 트위터로 소규모 전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의 트위터 계정 개설과 체제 홍보 활동, 이를 차단하려는 남한, 다시 우회 시도하는 북한의 노력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폐쇄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이란 민주화 운동이 트위터를 통해 자국은 물론 전 세계로 생생히 전파가 되고, 수많은 이란 국민이 이를 공유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진전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워낙 통제된 사회라 이란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그런 효과를 예상해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크롤리 차관보도 “은둔의 왕국이 하룻밤에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번 테크놀로지가 도입되면 폐쇄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란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