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조각이 만나 초현실을 말해 준다… 김남표·지용호 2인전
입력 2010-08-29 17:34
초현실적 풍경 회화에 인조털을 오브제로 활용하는 김남표(40)와 폐타이어를 이용해 동물을 조각하는 지용호(32)가 9월 12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인전을 연다. 작가들의 2인전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 전시는 의기투합한 두 작가가 기획하고, 각자의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제작한 공동작품을 내놨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화와 조각으로 장르가 다른 두 작가가 함께 전시를 열게 된 것은 돈독한 친분이 계기가 됐다. 가나아트갤러리가 운영하는 경기도 장흥 아틀리에에서 2008년부터 2년 동안 작업실을 이웃하며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 작품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상대방의 작품에서 느끼는 자극은 자신의 작품에 새로운 상상력을 얹는 것으로 발전했다.
“지용호 작가의 작품을 보며 그전에 제 작품이 갖지 못했던 힘과 강인함을 갖고 싶었어요.”(김남표)
“제가 알지 못했던 회화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하다 보니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린 것 같아요.”(지용호)
지용호의 타이어 조각이 붙은 캔버스에 김남표가 그림을 그린 협업작품 등 전시장 곳곳에는 서로의 흔적이 발견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지용호는 흰색 타이어와 검은색 타이어를 이용해 김남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얼룩말의 두상을 조각했고 김남표는 그림 속에 지용호의 타이어 조각 이미지를 집어 넣었다.
검은 타이어로만 작업하던 지용호는 회화의 자유로운 색채에서 영향을 받은 듯 색이 들어간 작업을 선보였다. 흰색과 붉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타이어를 이용해 만든 뮤턴트(돌연변이) 시리즈는 검은색 조각과는 또 다른 생동감을 준다. 공동전시를 기념해 내놓은 ‘용호와 남표’는 지점토를 이용해 두 작가의 두상을 빚은 것이다.
공동전시 준비는 개별 작업에서도 각자의 기존 작업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핸드백 구두 등 물질문명의 산물들을 얼룩말 사자 고릴라 등과 함께 배치하는 김남표의 작품은 역동적인 지용호의 작품에서 힘을 얻은 듯 훨씬 색감이 짙어졌고 이미지들이 강렬해졌다. 포크와 이쑤시개 등으로 인조모피의 털을 긁어 풍경을 표현한 작품도 새롭다.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은 초현실적 분위기와 독특한 재료 등에서 비슷하다. “제 작업이 비계획적인데 지 작가의 작업도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공동작업은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김남표의 말에 지용호가 응수했다. “2인전을 승낙하고 나서 잠깐 후회했어요. 작품의 성격이 다르고 같이 설치했을 때 느낌도 별로일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회화에 대한 동경이랄까. 조각 작업에 다소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김남표의 제안으로 지용호는 다른 콘셉트의 작업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또 김남표는 지용호와 공동작업으로 기존의 작업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독창적이면서도 작업에 대한 방향과 열정은 비슷한 두 작가의 전시에는 공동작품 외에도 각자의 대표작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서울 전시 이후 가나아트 부산으로 옮겨 10월 10일까지 이어진다(02-720-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