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결혼해주세요’ 이종혁 “시청자들이 재밌다고 하니 망가져도 안 힘들어요”
입력 2010-08-29 18:48
KBS 2TV ‘결혼해주세요’(주말 오후 7시55분)의 주인공 김태호(이종혁 분)는 뻔뻔한 남자다. 부인 남정임(김지영)의 고된 뒷바라지 끝에 명문대 사학과 교수가 됐지만, 부인을 무시하고 젊고 예쁜 아나운서 윤서영(이태임)에게 한 눈을 판다. 게다가 잘난 척은 국보급이다. 베토벤 노래를 듣고는 “장르의 크로스 오버랄까 젠더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하지”라는 식으로 영어를 남발하며 ‘먹물’ 티를 낸다.
신기하게도 김태호의 치졸함이 심해질수록 드라마의 시청률은 쭉쭉 오른다. 현재 주말극 1위로 30%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실감나는 ‘뺀질남’ 연기로 주부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종혁(36)을 만났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이제 욕을 먹는구나 싶다”며 활짝 웃었다.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한 아줌마로부터 ‘참 더럽게 나오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식당에서 만난 손님들은 ‘부인한테 잘하라’고 말하기도 하세요. 한편으로는 ‘악역인데 실물은 그렇지 않네’라는 반응도 있어요. 실제 얼굴은 귀여운데 왜 그렇게 나쁘게 나오냐는 거지요(웃음).”
실제 이종혁은 그의 말처럼 “재미있고 장난기가 많은 유쾌한 성격”이다. 잔혹한 살인자나 냉혹한 경영자 등 이전에 맡아온 무거운 캐릭터에 가려 코믹함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태호가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부인의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말을 한다든가 코믹댄스로 화를 녹이는 장면들이 많아 코믹연기가 빛을 발한다. 특히 태호가 부인을 웃기기 위해 비키니를 입고 연지곤지 화장을 한 채 훌라댄스를 추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저 분장한 것만으로 망가졌어요. 민망한 거 참는 게 힘들었지만 그 외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재미있다고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좋은 걸요.”
28일 방송에서 태호는 정임에게 이혼을 선언하며 서영을 만날 뜻을 분명히 한다. 태호 때문에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호감을 갖고 친밀감을 쌓는 ‘정신적 외도’는 안방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민감한 측면인데, 솔직히 살다보면 그런 사람을 만날 때도 있겠죠.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테고…. 지킬 선은 지키는 수준에서 호감을 갖는 거야 그럴 수 있지만 다른 여자와 본격적으로 교제하는 건 허용할 수 없지요.”
법원으로 간 태호 부부는 이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을까.
“이제 아내가 딴 남자랑 함께 다니는 걸 태호가 보게 되죠. 그러면서 다시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깨닫게 되지요. 불륜, 막장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걸 보여드릴게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김소라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