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아니라도 그냥 두자니 찜찜… ‘양성 종양’ 어쩌나
입력 2010-08-29 17:44
“얼마전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는 근종 크기가 엄지손톱보다 더 작고 양성 종양이라 그냥 놔둬도 별 이상 없다고 하더라구요. 3개월이나 6개월에 한번씩 검사 받자며…. 근데 주변에선 나중에 커지면 임신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2살의 미혼 여성이 한 인터넷포털 지식인 코너에 올린 상담 글이다. 이처럼 몸에 생긴 양성 종양 때문에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인터넷이나 병원 홈페이지 등에는 자궁근종을 비롯해 갑상선·유방결절, 간낭종, 대장·위 용종 등 다양한 양성 종양에 대해 문의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의사들도 “제거하는게 좋겠다”거나 “지켜보자” 등 엇갈린 진단을 하기도 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양성 종양은 암(악성 종양)이 아닌 모든 종양을 지칭한다. 피부에 생긴 점도 양성종양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몇 개씩은 양성종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몸 안에 생긴 작은 혹(결절), 대장 안쪽에 생긴 용종(사슴뿔처럼 자란 종양), 종양 속에 물이 들어 있는 낭종(물혹)도 양성 종양에 포함된다.
생명을 위협하는 암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무한히 증식을 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며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등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이 없다면 양성 종양이다. 드물게 악성과 양성의 경계선상에 있는 종양도 있다.
양성 종양은 모든 장기의 다양한 위치에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종류도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가 2008년 건강검진자 5만765명을 대상으로 장기별 양성 종양 발견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대장용종, 갑상선결절, 신장낭종, 담낭용종, 간낭종, 위용종 등 순으로 많았다. 여성은 자궁근종이 가장 많았으며 갑상선결절, 대장용종, 유방결절, 간낭종, 신장낭종, 담낭용종, 위용종 등이 뒤를 이었다.
양성 종양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특히 잘 생기는 사람이란 없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는“단, 유방의 양성 종양은 젊은 사람에게서 잘 생기지만 대장용종은 연령이 증가할 수록 호발하고, 갑상선결절은 여성에게 더 많지만 담낭용종은 남성에게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장용종은 가족력, 고지방식 섭취, 비만, 흡연 등과 관련이 있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면 발생 빈도가 더 높아진다. 양성 종양은 대개 나이 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권영훈 교수는 “자궁근종은 40대에 가장 많은 61% 정도로 관찰되지만 폐경기를 지나면서 감소해 60대에는 42%로 줄어든다”면서 “이는 폐경후 여성 호르몬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성 종양은 암이 아니므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상선결절이 양성이라면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며 크기와 모양이 변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자궁근종이나 신장에 생긴 물혹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양성 종양은 크기가 변하거나 커지더라도 아주 조금씩 커진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커지면 수술로 제거할 수도 있다. 드물지만 종양이 커져 주변 장기를 압박하거나 출혈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해당된다.
문제는 양성 종양이 악성 종양, 즉 암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이혁 교수는 “위나 대장, 담낭 등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 중 ‘선종성 종양’에 해당되면, 나중에 전체의 25%에서 많게는 75% 정도가 악성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 종양 제거 후에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장 선종은 5∼10년 후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검사시 꼭 제거하는 것이 좋다. 유방 양성종양이나 결절의 경우에도 악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외과 최수윤 교수는 “하지만 ‘비정형 증식증’은 양성이지만 암으로 발전할 위험도가 높아 무조건 완전 절제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