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가득 나눔의 정 넘쳐요”… 장애우 고용 교회 카페가 늘고 있다

입력 2010-08-29 19:26


교회마다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는 찬송가 소리가 드높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교회를 다니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높은 계단 때문에, 그리고 성도들의 편견 때문에 예배당에 들어가기 힘들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을 고용하는 교회 카페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창동염광교회(황성은 목사) 로뎀카페에 가면 5명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80㎡ 남짓한 공간, 지난 27일 아이보리색의 벽과 밤색 식탁과 의자가 놓인 아늑한 카페에서는 20, 30대 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불과 2∼3년 전까지 복지시설을 전전하던 발달장애인들이다. 자폐성 장애인으로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던 이들이 로뎀카페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지역 주민과 성도들을 웃음으로 맞고 있었다.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로뎀카페 담당 강정옥(40·여) 사회복지사가 말했다. 어릴 때부터 자폐성 장애를 가져 “취업이란 내 생애 없을 줄 알았다”는 바리스타 한다혜(25·여)씨는 “함께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곳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쉼의 기쁨과 나눔의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커피 외에도 직접 담근 매실차와 모과차는 여름철 인기 메뉴다. 카페 인테리어도 예쁜 원예 작품들과 북카페로 꾸며졌다. 교회 내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학생들이 만든 어성초 천연 비누와 뻥튀기, 휴대전화 걸이, 직접 키운 채소들을 판매해 장애인복지 선교기금으로 사용한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2001년부터 장애인들을 고용한 사랑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정부 인가를 받고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기관이다. 사랑샘 카페 직원 4명은 지적장애인이다. 사회복지사 이은혜(29·여)씨는 “지적장애인이지만 다들 밝은 성격이라 손님들에게 친절하다”며 “힘든데도 불평하지 않고 따라주니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샘물교회(박은조 목사)는 지난 4월 교회 1층에 ‘올 커피 앤 티’ 카페를 열었다. 장애인 고용 창출을 위해 말아톤복지재단과 함께 꾸민 커피 전문 매장이다.

지난해 6월부터 준비 과정을 거쳐 카페 매니저 2명을 배치하고 장애인 직원 8명을 채용, 교육해 왔다.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했으며, 능력과 근무시간에 따라 상당한 급료를 지급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에는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사랑의 음악회를 연다.

담당 이헌주 목사는 “장애인들도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바람직한 장애인 일터 문화의 표본으로 성장시켜 이를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가 다음달 개척하는 판교 샘물교회에도 장애인들을 고용한 교회 카페를 설치하고 있다.

지난 24일 설립 5주년 기념예배를 드린 서울 관수동 수화사랑카페는 청각장애인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다. K수화뮤지컬 대표 김현호(48) 목사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카페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150㎡ 규모의 아담한 이 카페는 최근 수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수화뮤지컬 공연이 은은한 조명 속에서 매주 개최되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이들에겐 발레와 수화찬양 등 즉석 이벤트를 해준다.

수화를 사랑하는 카페답게 수화교육 프로그램과 강좌도 다양하다. 수화 영어와 일어 동아리 모임과 소그룹 성경공부도 활발하며 컴퓨터와 세미나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김 목사는 “장애우들의 꿈이 자라는 교회 카페에서 장애인 복지선교의 귀한 열매가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한국교회가 장애를 가진 성도들과 하나 되고 장애인 고용 창출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