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 윤영관 원장 인터뷰
입력 2010-08-29 14:32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한·중, 미·중 관계도 경색되고 있다. 반면,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영관(한반도평화연구원장·59) 교수를 지난 26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실에서 만났다. MB 정부의 통일·외교에 대해 채점을 부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상식과 원칙에 입각한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현 정부도 북한과 의도적으로 대결한다기보다는 포용은 하되 북한의 성의 있는 행동 변화를 요구해 온 것이고, 그것을 북한이 거부하면서 일종의 기싸움을 해온 거죠. 천안함 사건도 그런 맥락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는 겁니다. 그것은 남한 정부가 방향을 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참여정부의 초대 외교부장관답지 않게 현 정부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관점이 남북 협력으로 가사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요즘 부쩍 해외 출장이 잦아졌다. 9월 한 달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일정이 매주 잡혀 있다. 그를 만난 날도 마침 중국 출장을 마치고 새벽 2시에 돌아왔다고 했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났다는 그는 “천안함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게 전반적인 움직임이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고 남북 협력이 심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도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국과 국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조기붕괴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점진적 대북정책을 선호하건 남북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하든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파장을 고려해 공개적이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통일세’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스스로를 ‘점진적인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윤 교수는 “경제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에 점진적 통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라는 것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차원의 통일세와는 별도로 교회 차원의 통일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십일조의 절반이나 3분의 1 정도를 통일을 위한 목적헌금으로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교회든 교단 차원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통일세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윤 교수는 “통일은 정치적 통일보다 사람간의 통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한국 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를 돕는 것이 통일을 향한 한국 교회의 일차적 사명임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물론 교회조차도 이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말로는 통일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며 “통일독일을 위해 무조건적인 기독교의 사랑을 주도적으로 실천한 서독 교회의 롤모델이 있음에도 한국 교회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의 5만 교회가 2만명 탈북자를 일대일 결연하는 것은 향후 통일 이후 한국 교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탈북자-교회(교인) 일대일 결연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소명을 ‘화평케 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3년 전 한반도평화연구원을 발족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한반도 상황 변화는 불가피하다. 시간의 문제”라며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길이 험난할 수도 있는 만큼 그 과정이 신앙적 관점에 부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론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통일이나 평화 논의가 자칫 이념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수님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 주민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하지 진보냐 보수냐는 별 의미가 없다”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념논쟁은 기독교의 사랑으로 얼마든지 초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아침 열리는 제1기 한반도평화학교는 이같은 한반도평화연구원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념논쟁을 벗어나 냉정하게 한반도 현실을 분석하고 통일을 전망하자는 것이다. 윤 교수는 “북한의 상황이 예전과 달리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고, 교계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며 “현 상황이 어디까지 와 있고, 향후 상황에 대한 예측과 함께 한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02-744-7109).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