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후진타오 창춘서 정상회담說”
입력 2010-08-28 02:3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이틀째인 27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창춘에서 후 주석과 회담을 갖고 후계구도와 경제지원 등 문제를 논의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지린시 우쑹(霧淞)호텔을 나와 의전차량을 이용, 창춘 난후(南湖)호텔에 도착했다. 후 주석은 최근 휴양차 동북3성에 머무르고 있다가 이날 난후호텔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난후호텔은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 해당하는 지린성의 영빈관으로,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과 후 주석 등 중국의 당·정 지도자들이 숙소로 애용해온 곳이다.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호텔 외부일정에 전혀 나서지 않았고, 리무진 등 중국 최고위급 의전차량들이 대거 이 호텔로 진입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은 “베이징에서 최고위급 지도자가 창춘으로 가 김 위원장과 회담한 건 맞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후 주석이 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26일 낮 지린시에서도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명인 최고위급 인사와도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잇따라 중국 최고지도부를 만난 것은 3남 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경우 최근 수해 등으로 가중된 경제난 해소를 위해 유·무상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방안 등도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의 동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국내용’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과 관련, “북한 국내용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큰 결단을 할 때는 국립현충원이나 아산 현충사를 찾지 않느냐”면서 “북한이 가장 시급한 건 역시 권력 승계 문제이며, (방중 목적은) 그런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도 “김 위원장의 방문이 중국으로부터 권력 후계구도를 승인받기 위한 건 아닌 듯하다”며 “오히려 북한 자체적으로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고 이를 대내외에 알리는 성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뒤 곧바로 평양으로 돌아가거나, 현지에서 경제지역 시찰 등 추가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주 초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남도영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