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하자투성이… 절대 불가” 친이계가 선봉

입력 2010-08-27 18:16


한나라당 의원들이 27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당청 관계에서 일대 사건으로 불릴 만하다. 그동안 선거결과를 놓고 청와대 국정운영 방식이나 참모진에 대한 불만이 불거진 적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권이 걸린 구체적 사안에 반대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여당 의총장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이명박계 심재철 의원이 선봉에 섰고 권영진, 박준선, 유정현, 정태근, 홍일표 의원 등이 뒤를 따랐다. 먼저 심 의원은 “모두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자질 부족이 드러났다는 의견 제시가 많았다. 수도권 친이계의 한 의원은 “김 후보자는 절대로 안 된다”며 “콘텐츠나 도덕성 모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준선 의원은 “국민 여론의 70∼80% 이상이 청문회를 지켜본 뒤 김 후보자는 총리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지역의 당원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10명 중 9명은 그런 얘기를 한다”며 “그런 사람을 위해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소장파 정태근 의원은 “인사 검증 파트가 인사에 대해 책임을 졌다면 이번에 과연 이런 인사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청와대 민정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이 손님인데 식당에 가서 걸레 같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 손님이 다 떨어진다”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안상수 대표는 의총 직후 “발언을 하지 않은 분들은 (김 후보자의 인준에) 찬성하는 분들”이라며 “좀 더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분위기를 추슬렀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김 후보자의 인준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내 여론 수렴도 하기 전에 당론을 정해놓고 총리 인준과 장관 후보자 낙마 카드를 놓고 민주당과 협상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때 친이계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란이란 얘기까지 나돌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당 지도부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한 수도권 친이 핵심 의원은 “의원들이 사전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친이계 중진 의원도 “여당이 총리를 낙마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냉각기를 갖고 당내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에서는 이런 기류에도 불구하고 일단 김 후보자 인준은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오는 30∼31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