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곰즈와 미국으로… 김정일과는 끝내 못 만난듯
입력 2010-08-27 18:09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와 함께 2박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카터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11시10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이날 항공편으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 정부와 카터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곰즈씨를 특사해 석방할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또 미 국무부의 영사 담당 부차관보 일행이 지난 9∼11일 북한을 방문해 외무성 및 해당 법기관 일꾼(간부)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카터는 미 정부와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곰즈의 불법 입국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담보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특사권을 행사해 돌려보내 주실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위원장을 통해 올렸다”고 주장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김 상임위원장을 통해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 내용으로 볼 때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불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통신은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기간에 김 상임위위원장과 만나 북·미 현안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김 상임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데 대해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박의춘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 북·미 쌍무관계 문제와 6자회담 재개,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월 북한에 무단 입국했다가 체포된 곰즈씨가 석방된 데 대해 26일(현지시간) “북한의 결정을 환영하며, 카터 전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미국 국민에 대해 북한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북한 여행을 가급적 피하거나 불가피한 여행 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것을 당부했다. 북한 여행 경고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