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베이징 가지 않고도 ‘후계·경제’ 목적 달성 판단한듯

입력 2010-08-27 21:51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동북 3성에서 곧바로 귀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김 위원장은 과거 다섯 차례 방중 때마다 베이징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가지 않고 귀국길에 오를 경우 이는 동북 3성에서 당초 특수목적으로 예상된 후계구도 문제 등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중국 최고 지도부가 김 위원장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간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동북3성 방문일정이었나=3개월여 만에 다시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이 처음부터 동북3성만 방문하려는 계획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방중에 앞서 사전 협의 과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확답을 받은 데다 동북 3성에서의 행보로도 후계문제와 경제협력 등 방중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이 26일 방중 즉시 지린시에 있는 고(故) 김일성 주석의 모교와 항일유적지를 찾은 건 이를 방증한다. 김 주석이 2년여 다닌 위원(毓文)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함으로써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또 동북 3성을 방문함으로써 대외개방 의지를 대외에 표명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난 극복이라는 목적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지린(吉林)과 창춘(長春)은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창·지·투(長吉圖) 개발 계획’의 핵심지역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중국 최고지도부와 회담을 통해 경협 활성화와 유·무상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건강과 중국 지도부의 배려 작용=김 위원장은 방중 첫날인 26일 지린에서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을 만난 데 이어 27일에도 최고 지도부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창춘에 도착했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제기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최고 지도부와의 잇따른 회담에서 3남 정은으로의 권력승계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제한적인 행보는 무리한 행보를 통한 건강악화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귀국 행로로는 창춘-쓰핑(四平)-선양-단둥(丹東)-신의주 노선과 창춘-쓰핑-퉁화(通化)-지안(集安)-만포 노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예상을 뒤엎고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