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 많던 이주외국인 어디로 갔지?… G20 정상회의 앞두고 집중 단속 피해 은신

입력 2010-08-27 18:02


올해 초 서울에 살던 몽골인 여성 A씨는 비자 만기를 앞둔 아들이 다닐 중학교를 알아보고 있었다. 이주외국인 지원 기관의 도움으로 취학할 학교를 찾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입학이 취소됐다. 서류를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A씨는 대응하지 못했다. 미등록(불법) 체류자였던 탓이다.

A씨는 최근 “아이랑 서울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지원 기관에서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기관 관계자는 25일 “아이 여권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는 걸로 보아 출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미등록 외국인 집중 단속을 피해 잠시 몸을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 집중 단속을 벌이면서 이주외국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관련 기관들은 외국인 상당수가 종적을 감추고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천 청천동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 매일 10통 넘게 걸려오던 상담 전화는 3∼4통으로 줄었다. 서울 홍익동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가 한 달에 두 번 이주외국인을 대상으로 여는 무료 진료소는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매회 30∼40명대를 유지하던 진료소 이용자는 정부가 단속 방침을 밝힌 지난 5월부터 줄기 시작해 이달 22명까지 감소했다. 특히 요즘 찾아오는 외국인은 모두 합법 체류자다.

성동센터의 한 상담사는 “집중 단속 때 미등록 외국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우리도 소식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집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고 가면 이사를 고민할 정도로 움츠려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담사는 “병원에 가야 할 만큼 아픈데도 집을 나오지 못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며 “일부는 집을 나와 공장 컨테이너박스에서 숨어 지낸다”고 했다.

일부는 한국에 더 머물려던 계획을 접고 자진 출국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미등록 외국인이 스스로 귀국하면 벌금을 받지 않고 영구 입국금지 대상에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 보문동 외국인노동자상담소 관계자는 “하지만 저마다 절실한 사정이 있어 불법으로라도 체류하는 것이어서 자진 출국보다는 적발돼 강제 추방될 때까지 일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현재 미등록 외국인 사이에서는 ‘집중 단속 이후 적발되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으면 G20이라는 정식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사실이 아니지만 상당수 외국인이 믿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집중 단속 취지는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데 있다”며 “미등록 체류자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은 대부분 그들 주변 사람의 민원이나 제보에 의존한다”고 했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적발된 미등록 외국인은 7511명이다. 매달 2500명씩 붙잡힌 셈이다. 1분기 4826명보다 2685명 많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경찰과 2개월간 합동 단속에 들어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유성현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