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 제재 속도낸다… 멜라트銀 서울지점 WMD와 연관 없어

입력 2010-08-27 18:08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독자적인 이란제재 조치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란 제재 협의차 미국을 방문 중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7일 우리 정부의 이란 제재와 관련,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준비가 되는 대로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국내로 돌아가 관계 부처가 모여 세부 이행지침과 방향을 좀 더 협의한 뒤 결정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당국자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은 로버트 아인혼 대북한·이란 제재조정관 등을 만나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이란 제재 구상을 설명하고, 제재 수위 등 세부 사항을 협의했다. 천 차관은 “미국은 진지하게 경청했으며, 필요하다면 연장선상에서 추가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최종안은 해당 부처 내부 협의와 부처 간 조율 등을 거쳐 확정 발표되며, 이르면 9월 초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기에 결과를 내놓기로 정한 배경은 미국이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세칙’을 40일 이상 일찍 발표하는 등 강한 의지를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 핵문제가 북핵과 무관하지 않다는 공감대도 작용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이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혼선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을 끄는 이란계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혐의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WMD와 직접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멜라트은행 본점과 이 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다른 은행이 유엔의 제재대상에 올라있어 서울지점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이란에 대표단을 파견하려던 계획을 검토 단계에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확실한 결과가 나와 필요성이 없어졌거나, 제재 대상과 협상을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