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끓는 청와대… 김태호 교체 땐 MB 타격 “적임자 없는 판에…” 與 설득 나서

입력 2010-08-27 21:50

청와대가 당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국회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내부엔 곤혹스러움이 역력하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당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7일 “고민스럽다”는 말을 연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에 정해놓은 일정인데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를 표명하면 되지, (표결을) 안 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희생’시키더라도 김 후보자만큼은 일정대로 표결 처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상대로 ‘총리 후보자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설득 작업도 벌였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표결이 연기됐고, 총리 인준이라는 마지노선마저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최선을 다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9월 1일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집권 3기 국정운영의 핵심 방침으로 소통을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한나라당의 의견이 정확히 무엇인지, 해법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 교체 쪽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받을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다. 집권 후반기를 ‘총리 교체’로 시작하는 것은 곧바로 레임덕 담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권력의 축이 청와대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 후보자를 선택하면서 내세웠던 세대교체, 친서민 중도실용 등의 가치들이 빛바랠 위험성도 작지 않다.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선택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인선 기준을 적용할 경우 더 나은 인물을 찾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사회’를 주제로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며 “청와대가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