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연아와 오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입력 2010-08-27 17:52

피겨여왕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불화가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결별의 절차에서 시작된 다툼이 인신공격으로 넘어가더니 이제 경기의 기밀을 폭로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다 매니지먼트사의 이해관계가 끼어들면서 더욱 복잡한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서로 끌어안고 승리를 자축하던 장면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수-코치 관계의 정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김연아는 향후 행보를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오서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사람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는 대신 ‘거친 막말’을 쏟아냈다. 더욱이 오서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로부터 코치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김연아의 내년 시즌곡을 공개하는 무례를 저지르자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피겨 스케이팅은 선수 개인의 역할이 큰 종목이다. 팀 플레이가 중요한 구기종목과 달리 코치는 선수의 보조 역할에 머문다. 그런데도 이 원칙을 어기고 폭로전을 일삼는 오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연아 측도 일을 매끄럽게 처리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연아가 미니홈피에서 “코치와의 관계를 정리할 때 코치와 직접 상의를 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라고 언급한 대목은 오해를 부를 만하다. 결정할 내용을 상의하지 않더라도 결정 이후의 절차와 의식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손기정 이후 최고의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광고에 출연해 엄청난 돈을 벌기도 했다. 홍보대사직도 여럿이다. 지난 7월 G20 정상회의와 서울시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받드는 ‘바보의 나눔재단’ 홍보대사, 한식 홍보대사직도 수락했다. 빙판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아이콘인 것이다. 그런 만큼 오서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사태를 의연하고 지혜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김연아 본연의 쾌활한 모습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