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무르익어 가는 ‘국제통화’ 야심
입력 2010-08-27 18:13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세계 최대 은행인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은행(SC)이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지정하는 거래처에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도 최근 아시아와 유럽, 북미에서 위안화 결제를 권장하는 로드쇼를 개최했다.
FT는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위안화 결제를 권장하는 건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위안화 외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인기 폭발=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6월 한국과 일본에서 개최한 로드쇼에는 SC의 임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JP모건의 중국 담당 리사 로빈 이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고객이 위안화 결제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국제결제 서비스 담당 카먼 링씨도 중국 기업들이 무역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 사용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그래프 참조).
FT는 “위안화 결제 규모가 6개월 만에 20배나 늘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무역액인 2조8000억 위안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를 2020년까지 달러, 유로, 파운드에 이은 4대 통화로 만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건 지난해 중반부터였다. 실험적으로 일부 중국 기업들에 아시아 지역 업체와의 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했다. 통화 스와프 체결 대상을 확대하고 채권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등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한 조치들을 착실히 늘렸다. 올 들어 결제 범위를 넓히고, 일부 외환 규제를 완화하면서 위안화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위안화 확보 경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위안화 가치가 폭등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외환 시장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아직은 한계=위안화 사용 범위가 확대되기엔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환율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데다 시중에 풀린 통화량도 미미하다. 그래서 중국 무역과 무관한 외환 거래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긴 어렵다. 국제 통화로 사용되기엔 조건 미달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과 은행 부실도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거시 경제 운용 능력, 환투기 세력에 대한 대처 능력도 모두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외환시장 개방을 서두르면 자칫 위안화 가치의 폭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FT는 “중국이 위안화의 역할을 조급하게 확대했다가는 경제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내부 개혁을 서두르는 것이 위안화가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