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문제 홍역 충무로국제영화제 “규모 대폭 축소”
입력 2010-08-27 18:19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2∼10일 개최된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충무로영화제를 예정대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중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3회까지 성황리에 열렸던 영화제는 올해엔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영화제 예산 60억원 중 30억여원을 지원했던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결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지난 4일로 예정돼 있던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 30분 전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울시는 긴축재정의 필요성과 방만한 영화제 운영 등을 이유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서울시 지원 없이 영화제를 치르게 된 조직위 측은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경쟁 부문을 폐지했고, 축제 행사도 없앴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이벤트도 모두 열지 않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해외 유명 영화감독과 심사위원 초청이 없던 일이 된 것은 영화제 측에 뼈아픈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제의 당연직 조직위원장인 박형상 중구청장은 당선되자 마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김갑의 영화제 부조직위원장은 “영화제가 거의 열리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급성장해 온 영화제의 위기는 영화제 자체의 뚜렷한 색깔이나 경쟁력 없이 지자체의 홍보용 행사로 방만하게 운영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 부조직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일을 계기로 내실 있는 영화제로 거듭날 것”이라며 “단체의 지원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여러차례 되풀이했다.
‘올해에도 충무로만의 특징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조직위는 “질 높은 영화들이 많이 초청돼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막작은 스페인 오스카 산토스 감독의 ‘포 더 굿 오브 아더스(For the Good of Others)’. 타인을 치유하는 의사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아이러니를 담아냈다.
‘씨네 클래식’ 섹션에서 상영되는 ‘에일리언’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30개국 115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 영화제 측은 배우 최무룡 회고전·충무로 단편전 등 9개 섹션을 마련하고 탤런트 겸 영화배우 유승호·이민정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