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생명의 길 밀가루 300t 북으로… 종교인모임 9명 육로로 방북

입력 2010-08-27 17:47


종교인 9명이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 줄 밀가루 300t과 함께 방북했다.



기독교와 가톨릭,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단이 참여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은 27일 육로를 통해 개성을 방문, 종교인들의 모금으로 마련한 밀가루 300t을 직접 전달하고 돌아왔다. 천안함 침몰로 방북 및 물자 지원을 금지한 ‘5·24 조치’ 이후 두 번째 인도적 지원이다. 지난 17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5t 트럭 2대 분량의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북으로 보냈었다.

오전 7시 방북 인사들이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집결했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박경조 대한성공회 대주교, 박종화(경동교회) 이정익(신촌성결교회) 인명진(갈릴리교회) 목사 등 종교인 9명 중 5명이 개신교 목회자고, 나머지 종단은 1명씩의 대표자가 포함됐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17일 종교인 518명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지만 남북의 정치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종교인들의 기도와 국민들의 염원, 그리고 통일부가 애를 써줘서 결국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녘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준비한 영양제 여섯 상자도 전달하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가 대표로 기도한 뒤 일행은 승합차를 타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으로 출발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임진각에서 ‘밥은 생명이요 사랑입니다’라는 이름을 내건 기념행사가 열렸다. 막 비가 그친 임진각에는 150여명이 환송을 나왔고, 밀가루를 나눠 실은 25t 트럭 13대가 그 앞에 도열했다. 종교인모임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천안함 사태 이후 거의 중단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색된 남북관계에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트고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종교인들이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고,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임진각에 모인 전원이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방북단 차량 1대와 트럭 13대는 통일대교를 건너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출경 절차를 마친 뒤 개성으로 향했다. 종교인들이 가져간 300t, 2억5000여만원어치의 밀가루는 개성시(개풍군 포함), 황해북도 장풍군과 금천군, 황해남도 배천군 등 6개 지역의 육아원 어린이와 취약계층에게 나눠졌다. 이들은 오후 4시 귀환했다.

종교인모임은 당초 지난 17일을 방북 날짜로 신청했다가 통일부가 “물자 전달의 투명성 확보 등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불허하자, 개성 시내 육아원 1∼2곳을 직접 방문해 물자를 나눠주는 것으로 서류를 보완했고 지난 25일 방북 승인을 받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