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반환점] 가깝고도 먼 사이… MB-朴 차기대선 ‘시소게임’
입력 2010-08-27 17:53
(4) 여권의 차기 대권 구도는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권의 가장 오래된 ‘숙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현직 대통령의 의지가 잘 통하지 않는 ‘비판적 2인자’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더라도 출범 초부터 이처럼 ‘까칠한’ 2인자가 존재한 적은 없었다.
현재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수는 40∼5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교적 탄탄하게 뭉쳐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면서도, 박 전 대표의 ‘동의’가 없으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 관련 법, 세종시 수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더 악화됐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에 집권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 단독 회동이 계기였다.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알려지고 있지 않으나, 두 사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년 반 불협화음에 비하면 전략적인 방향수정이라고 할 만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이 대통령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7일 “하나는 성공한 대통령으로서의 성과를 남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적인 차기 대선 주자 관리”라고 말했다.
성과로는 4대강 사업 완성, 천안함 사태에 따른 남북관계 재정립 등이 가장 큰 줄기다. 차기 관리의 핵심은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무력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가장 피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지난주 회동도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물론 박 전 대표도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은 시점에서 독자 행보를 하기보다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공정한 대선 관리’ 약속을 받아내는 게 실익일 수 있다.
이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과 차기 대선이라는 화두를 놓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집권 전반기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핍박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관계였다. 이 대통령은 18대 국회 공천에서 친박계를 대거 탈락시켰고, 친이계는 박 전 대표를 공공연하게 공격했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두 사람이 한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원샷게임’이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작은 선택과 행동을 계속하는 ‘반복게임’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원샷게임에서는 한번의 선택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지만, 반복게임의 경우 원샷게임에서는 불가능했던 경기자 간 보복과 응징이 가능해진다. 즉 상대방이 선하게 하면 나도 선하게 하고, 상대방이 배신하면 나도 배신해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계파적 이익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한나라당 정권의 성공을 위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근도 “지난 21일 회동이 마지막 회동이 될지, 아니면 순조로운 두 사람의 협조 관계가 유지될지는 이 대통령과 정권 핵심들의 이후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일단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큰 선거가 없고, 세종시 수정안같이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을 만한 정책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외형적 밀월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