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6자 예비회담 먼저 열자”…우다웨이, 중재안 내밀어
입력 2010-08-27 00:3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은 각국이 천안함 국면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으로 전환을 모색하는 미묘한 시점에 터진 대형 사건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6자회담 재개 흐름을 가속화할지, 대치 국면을 고착화할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중국 쪽이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26일 방한,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했다. 우 대표는 6자회담 전에 ‘비공식 회담’ 또는 ‘예비회담’을 미리 개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본부장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고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 있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에서는 현 상황을 격화시키지 않고, 비핵화 목표를 위한 노력을 함께하자는 등 큰 틀에서의 의견 접근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이 우선이라는 북한과 비핵화 조치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한·미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다웨이의 방한은 각국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6자회담 재개가 단시일 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이런 관측에 변화가 생겼다. 북한은 중국과 천안함 국면을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부 간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질 경우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과 중국의 협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만약 중국이 북한에 경제지원과 후계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협의가 잘 진행된다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포함하는 비핵화에 나서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천안함과 북핵 문제를 따로 떼어 각각 대응하려는 기조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고, 북한 수해 지원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꿔 민간과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는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중국을 통해 우리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도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