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석달만에 또 訪中 최고위층과 회담…김정은 동행說 “후계 논의한 듯”

입력 2010-08-27 00:33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낮 중국 최고위층과 회담을 갖고 후계 구도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지린(吉林)성 지린시 위원(毓文)중학교 인근 모처에서 중국 최고위층과 회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중국 최고위층 인사는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다”면서 “회담 내용도 전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새벽 전용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보 당국이 며칠 전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사전 징후를 포착했으며, 26일 0시쯤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열차가 중국 국경을 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용열차는 북한 자강도 만포를 넘어 지린성 지안(集安)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여 만으로, 중대한 특수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특수 목적은 후계 구도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도쿄신문도 이날 시 부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지린시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지안을 거쳐 곧바로 지린시에 도착, 고 김일성 주석이 2년간 다녔던 위원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권력 승계와 관련, 부자상속의 당위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3개월여 만에 방중한 것으로 미뤄 뭔가 특수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달 초로 예정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 앞서 중국과 후계 구도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아들 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고 동북3성 일부 지역만 시찰한 뒤 되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김 위원장을 단지 영접한 것일 뿐이며, 김 위원장이 이후 베이징으로 향해 후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정은으로의 권력승계 문제와 함께 최근 수해 등으로 가중된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키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2004년 4월, 2006년 1월, 지난 5월 등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노동당 비서 시절을 포함하면 이번이 일곱 번째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엄기영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