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개편안, 국영수 중심 입시교육 우려”… 곽노현 교육감 첫 공개적 비판
입력 2010-08-26 18:49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발표된 수능 개편시안과 관련,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을 강화시키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중 수능 시험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공개 표명한 것은 곽 교육감이 처음이다. 다른 교육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능 개편안은 고교 교육에 직접적으로 강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과학기술부와 본격적으로 협의해 우려되는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또 “수능 개편은 몇 년에 한 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지금 수능 개편안은 난이도 유형 2개, 횟수를 2회 늘리는 것에 그쳤다”며 “과학·사회 탐구영역을 개편안처럼 한 과목만 응시하게 하면 학생 선택권은 줄어들고 대학 특성화를 유도할 방안도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은 수능 개편안이 사교육을 심화시킬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수능 개편안이 교과과정의 획일성을 강화해 선행 학습을 부추길 것”이라며 “교과 과정이 획일화될수록 학원이 학교보다 앞서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능 과목수의 축소는 옳지만 선택권의 축소, 개설 교과목의 축소까지 수반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대로라면 국·영·수 이외 과목에서 심각한 교원수급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 교육감은 “교과부가 고교 교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안을 교육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큰 문제”라며 “교과부가 앞으로 본격적인 협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수능 개편 최종안에 각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 이기봉 교육선진화정책관은 “현재 발표된 것은 연구회의 시안일 뿐 교과부의 최종안이 아니다”며 “권역별 공청회를 통해 시·도교육감을 비롯, 대학 입학처장, 고교 진학부장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 개편안의 핵심 내용을 곽 교육감이 공개 비판하고 여기에 다른 진보 교육감들이 가세할 경우, 교과부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곽 교육감은 시교육청 인사에서 초등교육과장, 중등교육과장 등 핵심 보직에 여성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과장을 여성이 맡게 된 것은 처음이다. 곽 교육감은 또 본청이나 지역청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인 장학관은 전원 열악한 지역 교장으로 보내고 일부 교육장도 일선 학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