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볼리비아 리튬 개발 양해각서 체결… ‘소리없는 자원전쟁’서 유리한 고지 선점

입력 2010-08-26 21:27


우리나라가 26일 세계 최대 리튬 자원을 보유한 볼리비아와 자원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자원 부국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총성 없는 전쟁’인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리튬 확보에 유리한 고지 선점=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 호수는 ‘볼리비아의 노다지’로 통한다. 경기도 면적보다 넓은 1만2000㎢ 크기의 호수에 540만t의 리튬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47% 규모다.

리튬은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 원료로 석유 연료를 대체하는 차세대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기술과 자본력 부족으로 리튬 생산량은 아직까지 ‘제로’다. 이 때문에 볼리비아 정부는 우유니 호수의 리튬 개발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에 자체적으로 리튬 추출 공법을 연구해 제출토록 했다.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지난해 8월,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올 초 보고서를 제출했고 중국도 지난달 1차 보고서를 냈다.

볼리비아는 경쟁국들의 공정기술 가운데 우리나라가 제시한 ‘무증발 리튬 추출 공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염수를 증발시키는 과정 없이 전기분해를 통해 곧바로 탄산리튬을 빼내는 방식이다.

광물공사 강천구 개발지원본부장은 “우리 기술은 추출 공정 중에 부산물로 나오는 칼륨과 마그네슘까지 활용이 가능토록 한 점이 경쟁국들과 차별화된다”면서 “기술력과 경제성 측면에서 볼리비아 측이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볼리비아와의 리튬 개발 협력에 대해 “2차전지 등 연관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탄산리튬 5142t과 수산화·산화리튬 479t을 수입했다.

◇세계는 지금 리튬 확보 전쟁 중=광물공사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수요는 올해 약 9만3000t에서 10년 후에는 3배 규모인 31만t까지 늘 전망이다.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비율은 현재 5% 미만이지만 2020년에는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은 리튬 주산지인 남미와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자본력과 기술을 무기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과 프랑스.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일본 도요타그룹 산하 도요타통상의 경우 호주 기업과 합작해 2012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채굴에 들어간다. 채굴된 리튬 자원 전량은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량 2차전지 원료로 쓰인다. 물밑 외교전도 치열하다. 일본 정부는 리튬 확보를 위해 볼리비아에 수백억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 지열 발전소 건설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일본 전력회사들도 민관 합동으로 지원사업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는 볼리비아 내에 리튬전지 및 전기자동차 공장 건립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도 리튬 추출 공정 중에 생산되는 칼륨의 산업화 방안을 두고 볼리비아와 논의를 시작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와 세르비아, 미국 네바다주 등에서는 세계 각국의 60여개 회사가 리튬 광산 후보지의 채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