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안원구 사퇴압력說에 “오버한 것 시인”

입력 2010-08-26 21:45


26일 국회에서 열린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와 지역편중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정치적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하거나 해명했지만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부분은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한상률 게이트’에 연루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감찰하고 사퇴를 종용했다는 야당의 의혹에 대해 “감찰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직 시절에는 감찰 업무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안 전 국장 압력설에 대해 추궁을 계속하자 “감찰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안 전 국장에 대한) 사퇴 권유에 일정부분 의견 제시를 한 것 같다. 그런 의견 제시가 오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일부 시인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후보자에 대한 정권차원의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 후보자는 1981년 사무관 임용 이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까지는 25년 3개월이 소요돼 다른 행시 출신자와 비교해 오히려 늦었다”면서 “그러나 3급 시절인 2007년 12월부터 국세청 차장까지 불과 9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초고속 승진이 아닌 광속 승진”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국세청 인력구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초고속 승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후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고속 승진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역적인 특성도 이유가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국세청 내 주요 보직의 특정지역 편향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과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서울청 조사국장 전원이 TK출신이고 고위공무원단 31명 중 TK출신이 35%나 된다”며 “최근 서기관으로 특별 승진한 6명 중 3명이 이현동 후보자의 고향인 경북 청도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권은 (전임 백용호) 청장의 고유 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청장이 되면 지역별 균형 인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1999년 아파트를 매매할 때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제기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관행이었으며 탈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아파트 계약서 작성과 등기 문제는 법무사에게 일임했으며 당시 제도상 실거래가로 등기하는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건에 대해 의원들이 사실 여부를 묻자 이 후보자는 “이유가 어떠하든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 도중 이 후보자의 배탈로 청문회가 두 차례 휴정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오전에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 복통을 호소하며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약 5분간 자리를 비웠다. 오후에도 배탈로 한 차례 화장실을 다녀 와 또다시 청문회가 휴정됐다.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배탈로 몸 상태가 안 좋은 이 후보자를 배려해 “뱃속까지 파고드는 질문은 자제를 해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이에 대해 “옛날 어른들 말에 거짓말을 하면 체한다고 한다. 까도 까도 비리가 나온 양파형보다 더 나쁜 것은 거짓말하는 양치기형 후보”라고 쏘아붙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