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첫 방문지 김일성 모교·유적… ‘3대세습’ 간접홍보

입력 2010-08-26 21:52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방중 경로가 당초 예상과 다르고, 방중 이후 행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한때 혼선을 빚기도 했다.



◇동북 지역으로 간 까닭은=김 위원장은 26일 새벽 전용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지안(集安)을 통과해 지린(吉林)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지린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모교와 항일유적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위원(毓文)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위원중학교는 김일성 주석이 15세 때인 1927년부터 30년까지 수학했던 곳으로 김 주석은 이곳에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산공원은 김 주석이 이끌던 항일 빨치산 부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동북 지역의 혁명열사를 모신 항일유적지로 전쟁 당시 전사한 혁명열사기념탑과 기념관이 있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김 주석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3남 정은으로의 후계 구도도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적으로 부자상속의 필연성을 각인시킬 수 있고, 중국 측에도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김 위원장 방중에 정은이 동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또 대외개방 의지와 함께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린시는 북·중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창·지·투(長春·吉林·圖們) 개발 계획’의 구심축이다.

◇의외의 방중 경로=김 위원장은 과거 다섯 차례 방중 때마다 신의주∼단둥(丹東)을 거쳤으며 지안을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 중간 지점에 있는 지안시는 북한 평양에서 강계와 만포를 거쳐 철길로 연결돼 있는 곳이다. 이는 최근 홍수로 단둥 지역이 혼란스러워 경호상 문제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지안에서는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정엔 전례에 비춰 공산당 내 한반도 정책 총괄 책임자인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이 동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안시 현지 소식통들은 “지난 25일 밤부터 무장경찰이 도시 경계경비를 강화하는 모습이 관측됐으며 시내 가장 큰 호텔인 가일호텔이 폐쇄돼 국빈급 인사의 방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문들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지린시 방문 후 창춘(長春)과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 때도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을 거쳐 베이징을 방문했다. 하지만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고 동북 지역에서 곧바로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동북쪽으로 향했다는 얘기도 있어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일정은 건강 등을 고려할 때 지난 5월의 4박5일보다는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