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시 추방 논란 확산
입력 2010-08-26 21:28
‘유럽의 방랑족’ 집시가 유럽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프랑스 정부가 동유럽 출신 불법이민 집시 600여명을 강제 추방하면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5일 프랑스의 조치가 법적·정치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해 다음주에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비안 레딩 집행위 부위원장은 개인 성명을 발표, “누구라도 집시라는 이유만으로 추방당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같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고 집시 추방으로 비난받는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을 격려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에선 법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행동”이라며 “때로는 비난에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28일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대상은 ‘로마(Roma)’족이라 불리는 집시였다. 한 달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로 추방된 집시가 635명에 이른다.
프랑스 내 집시는 대부분 EU 회원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출신이다. 오르트푀 장관은 “EU 내에서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게 인신매매나 성매매, 구걸 같은 행위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아선 안 된다”며 “우리는 EU법에 따라 이들을 추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방된 집시들이 성매매 등의 범죄와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
프랑스는 아예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서유럽 4개국을 초청해 다음달 EU 차원의 집시 통행 규제 도입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나라는 모두 집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의 조치를 지지했다.
프랑스 내 집시 수는 공식 확인된 것만 50만명에 달한다. 확인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실제는 13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탈리아에는 최소 9만명에서 최대 12만명의 집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 내 집시 인구도 적게는 450만명, 많게는 1200만명으로 추정된다.
루마니아는 급히 프랑스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돈으로 논란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집시 1인당 380달러씩을 쥐어주고, 루마니아에도 EU를 통해 집시 정착 지원금으로 연간 40만 유로씩 지원 중이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프랑스 입장을 이해하지만 집시를 포함한 모든 루마니아 국민은 EU 회원국 주민으로 자유로운 통행 권리가 있다”고 반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