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매몰 광부들 ‘구조에 4개월’ 사실 몰라… 정부, 가족들 입단속 등 심리 안정 주력
입력 2010-08-27 00:41
칠레의 매몰된 광부 33명의 강인한 생존 의지는 칠레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안타까운 건 그들이 ‘지옥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 지하에서 구조되기까지 넉 달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칠레 북부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 지하갱도에 매몰된 지 20일째를 맞은 25일(현지시간)에도 칠레 정부의 노력은 계속됐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광부들의 심리적 안정을 구출될 때까지 유지시키는 것이다. 칠레 정부는 전날 미 항공우주국(나사)에 특별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해양잠수함과 유사한 좁은 공간에서의 생존전략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구조대가 내려 보낸 비상약엔 항우울제도 포함됐다. 이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펜과 종이, 음악, 도미노 등 보드게임, 비디오카메라 등 다양한 물품도 보낼 계획이다.
칠레 정부는 가족들 입단속에도 나섰다. 로드리고 힌스페테르 칠레 내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매몰자들에게) 편지를 쓸 때 조심하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구출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노출시킬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신체 변화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메 마날리츠 보건장관은 광부들의 건강과 몸매 유지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폭 68㎝의 수직터널을 통과하려면 살이 찌지 않아야 한다. 광부들이 갇힌 곳은 지하 700m, 길이 2㎞의 갱도라 걷기 등 간단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습도 90%에 기온 32도로 덥고 습한 곳이다. 영양식도 계속 제공하고 있다. 참치와 우유, 비스킷 등 이틀치 식량으로 2주 이상을 버틴 그들에게 구조대가 가장 먼저 지급한 건 젤 형태의 영양제였다. 그 다음엔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줄 초콜릿과 밀크셰이크 등을 공급했다. 제대로 된 음식은 2주 뒤에나 공급할 예정이다. 광부들의 소변 검사와 체온 측정도 조만간 실시한다.
구조된 뒤에도 이들의 삶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가 나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