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당 대표 출마 선언… 日 민주당 분당 우려
입력 2010-08-26 21:29
일본 정계에 메가톤급 충격파가 밀어닥쳤다. 집권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이자 영원한 승부사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다음달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여야가 모두 혼돈 상태에 빠져들면서 한동안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6일 오전 전격적으로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의 오랜 동지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내가 오자와씨를 응원하는 것은 대의(大義)에 따른 것”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2003년 통합 민주당을 탄생시키고 민주당 정권을 창출한 쌍두마차인 두 사람이 의리를 내세우며 다시 뭉쳤다.
◇만년 ‘2인자’ 딱지를 뗄 기회=오자와의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 의미는 단순치 않다. ‘대표=현직 총리’라는 등식이 작용해서다. 오자와는 아직 한번도 1인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경선은 그가 일본의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배수진을 치며 맞대응에 나섰다. 간 총리는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 (당 대표로) 재선될 경우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정치를 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따라서 그가 주도하는 ‘반(反)오자와’ 노선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간 총리의 소신은 검은 돈이 판치는 정치의 쇄신이다. 그 타깃이 되는 인물은 물론 오자와다. 그의 반오자와 노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오자와에 대한 당 안팎의 부정적 인식은 간 총리에게 반사적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간 총리 유임을 지지하는 여론은 50%를 약간 넘는다.
◇경선 후폭풍에 더 관심=간 총리와 오자와의 정치생명을 건 격돌은 승패를 떠나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간 총리가 유임될 경우 당이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오자와-하토야마 세력이라면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오자와가 총리가 된다고 해도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정권 출범 1년 만에 총리가 3명이나 바뀌는 건 한마디로 비정상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는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반면 야당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계 개편도 배제할 수 없어 정치권이 긴장하는 이유다.
민주당 경선은 9월 14일 치러진다. 경선은 모든 투표 참여자로부터 과반수 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역 의원의 지지만으로 결정된다면 오자와가 유리하다. 민주당 의원 412명(중의원 306명, 참의원 106명) 중 210여명(친오자와 150여명+친하토야마 60여명)이 우군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원과 서포터(지지자)가 참여한다. 민주당이 확정한 전체 유권자 수는 34만5287명이다. 표를 가중치를 두는 점수로 환산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전체 1224점 중 613점을 얻으면 대표로 당선된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