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석달만의 중국行 왜… 후계구도 ‘中 승인’ 받기? 核 입장 중대변화?
입력 2010-08-26 21:50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개월 만에 다시 중국행 전용열차에 몸을 실은 이유는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정부 관계자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 문제와 북핵 및 경제원조 협의 등의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나 북한 내부의 돌발 상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후계 구도 논의 가능성=김 위원장 방중이 전격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 지도체제와 관련한 특이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후계 구도 등 내부 체제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9월로 예정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후계 구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중국과 협의하는 모양을 취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방문한 중국 지린(吉林)시 위원(毓文)중학교 일정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유적지를 방문한 것 자체가 후계 구도 문제를 확고히 하려는 대외적인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길에 김정은을 대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가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았을 당시 김정은 후계 구도에 확실하게 동의하지 않아 이번에 중국 지도부와의 담판을 통해 이 문제를 확정짓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은 3개월 전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후계 문제를 언급했고, 중국 지도부도 수용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따라서 재차 후계와 관련해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핵 문제 등 중대한 입장 변화?=북·중 관계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중국 측 고위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를 포함해 북·중의 향후 전략적 입장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전략적 방침’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 북·중의 향후 전략과 관련해서는 현재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린다. 긍정론은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북한도 화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간 것은 북한과 중국 간 전략적 논의를 위한 방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미 공조 강화에 맞서 북·중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중국의 ‘후원’ 아래 당분간 한·미 동맹에 맞서기로 결정했다면, 향후 남북관계나 동아시아 정세는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제난 혹은 돌발 사태 가능성은 낮아=수해 등 북한의 심화되는 경제난을 풀기 위한 이례적 방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은 지난번 논의됐던 사안이어서 갑작스러운 방중 배경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현재까지는 북측에 특이 동향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