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시한부” 말기암도 붓 못멈춰… 서동관 화백, 병마 극복하고 전시회

입력 2010-08-26 21:23


신장암에 걸려 2개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한국화가 서동관(60·사진) 화백이 불굴의 의지로 병마를 이겨내고 전시회를 갖는다.



서 화백은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의 아카갤러리 부스(12층 1257호)에 ‘추곡’(秋谷) ‘추성’(秋聲) 등 가을 서정이 담긴 산수화 5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마지막 어진(임금 초상화) 화가인 이당 김은호의 제자 한유동 선생을 사사한 서 화백은 한국의 산하를 힘 있는 필체와 전통 수묵담채로 그려내는 작업에 30년 넘게 매달렸다. 1975년 덕수궁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국내외에서 전시 가져 호평을 받은 그가 청천벽력의 말기암 진단을 받은 것은 올해 초였다.

암세포가 쓸개에까지 번져 전체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은 그는 “남은 시간은 두 달이니 편히 쉬면서 주변을 정리하라”는 의료진의 권유에 절망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마지막 힘을 다해 다시 붓을 들었다.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제 참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전시 이후 그는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서울 대치동 우리들교회 출석)인 서 화백은 “마음을 비우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힘들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제 그림이 희망의 빛을 전하도록 기도하는 것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며 “하나님의 은혜 덕분에 거짓말처럼 병이 나아 다시 전시를 열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죽음을 넘나드는 역경을 딛고 4개월 만에 전시를 마련한 그의 최신작은 이전 작품보다 훨씬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졌다. 그는 “옛날에는 욕심을 부려 강하고 굵은 선으로 작업했지만 이젠 모든 것에 감사하다 보니 그림도 부드러워진 것 같다”며 “한국의 산수를 그린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이 생명력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