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만 더 키운 총리 후보 말 바꾸기
입력 2010-08-26 19:04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요한 발언들을 잇따라 뒤집어 자질론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그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처음 만난 시기 등에 대해 말을 바꿔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24일 청문회에서 박 전 회장과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후반기라고 했다가 다음날 번복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6년 10월 3일 김해 정산CC에서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그는 “그해 가을쯤”이라고 전날 발언을 정정했다. 또 박 전 회장과 2007년 12월 2일 저녁을 먹었느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24일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수정했다.
그가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이 2006년인지, 2007년 후반기인지는 매우 중요한 팩트다. 검찰이 김 후보자가 2007년 4월 미국 뉴욕을 방문해 박 전 회장과 잘 아는 식당 주인 곽현규씨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내사를 벌이다 지난해 12월 무혐의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 후보자가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칠 정도로 친하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위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뉴욕에서 곽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강원도 지사, 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은 기소했다.
김 후보자는 2006년 선거자금 10억원 대출 내역에 대해서도 이랬다저랬다 했다. 그는 24일 부친이 6억원, 안상근 전 경남 부지사가 4억원을 빌렸다고 했다가 그날 부친이 대출받은 6억원을 자신과 부친이 3억원씩 빌렸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25일에는 부친이 6억원, 안 전 부지사가 4억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은행법을 위반하며 10억원을 빌리고도 대출 내역에 대해 횡설수설하니 그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오죽했으면 친박(親朴)계 의원들이 “그릇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민주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가 실정법 7개를 위반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며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이 고발하면 검찰은 그가 관련법을 위반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