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연금’ 도입은 후안무치

입력 2010-08-26 19:01

국회는 지난 2월, 잠시라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에게 65세부터 사망 때까지 매달 12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표결에선 191명 중 187명이 찬성했다. 자신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국민의 눈을 속여가며 법안을 몰래 통과시킨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직 국회의원 친목단체인 헌정회 회원 중 65세 이상은 현재 790명이나 되며, 국회 예결특위는 헌정회 지원 예산으로 이미 116억원을 책정해 놨다. ‘연로 의원’ 중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된다. 법제화 이전에도 헌정회가 자체 예산으로 연로 의원들을 도와왔다. 문제는 이를 법제화하면서 헌정회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새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만을 위한 연금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나 진배없다.

국회의원 정도 지냈으면 노후를 걱정할 정도로 곤궁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거기다 각종 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게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해서 65세만 되면 국고에서 일괄적으로 12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특히 생활이 고단한 서민들로서는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일은 않고 정쟁만 일삼던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 챙기는 데는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후안무치다. 특히 헌정회가 관행적으로 연로 의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특혜라며 폐지를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 의원들조차 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서 국회의원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을 보게 된다.

법을 당장 재개정해야 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법의 원상회복을 추진하겠다니 다른 의원들도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고 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원 액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헌정회 정관도 고쳐야 한다. 헌정회가 굳이 연로 의원들을 돕고 싶다면 그들 개개인의 보유 재산과 연금수급 여부 등을 고려해 지원액을 최소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