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진영] 이재훈 조현오는 안된다
입력 2010-08-26 19:21
“대통령 통치 이념과 어긋나는 인물은 결국 대통령과정부의 부담이 된다”
이제 시험은 끝났다. 채점과 성적 발표만 남았다. 8·8개각에 따른 장관 및 청장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막을 내리면서 과연 누가 살아남고 탈락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류는 여당의 경우 1∼2명은 버리고 갈 수 있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부적격’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제점은 다소 지적됐지만 내정을 철회할 만큼 흠결이 있는 후보자는 없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여야와 청와대 모두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의 향배에 관한 한 지난 25일자 국민일보의 설문 조사 결과는 훌륭한 나침반이다. 본보가 MB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0.1%가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이 ‘적절하지 못하며 청문회 낙마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조차 ‘자녀 교육용’이면 문제 삼지 않아 마치 MB정부 고위공직자의 ‘필수코스’처럼 인식되는 사소한(?) 위장전입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이처럼 엄중하다. 하물며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표절 및 이중게재, 병역의혹 등에 하자가 있는 후보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후보자들 중 깨끗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누가 낫고, 못하고 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순위를 정한다면 나는 그 대상자들로 우선 이재훈, 조현오 후보자를 꼽는다.
개인적으로야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들은 고위 공직자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쪽방촌 투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는 그의 배우자가 쪽방촌에 투기를 할 당시 그의 위치와 사회적 환경이 어떠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배우자가 서울 창신동 쪽방촌 상가를 사들일 때 그는 지경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1급 공무원이었다.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고 1급은 직업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정점의 자리다. 또 쪽방촌 부동산을 구입(2006년 2월)하기 몇 달 전인 2005년 8월 31일에는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 이주성 국세청장 등은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 전제는 서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 근절이 사회적 합의로 자리를 잡았던 시점이었다. 그 같은 염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고위 공무원이던 그는 쪽방촌 투기를 하며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던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노후 대비’를 시작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우 국민 비하나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인사청탁 의혹, 과다 조의금 물의 등은 논외로 치자. 그마저 따질 필요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처하는 그의 태도는 경찰 총수가 되기에는 너무 부적절했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비겁했다. 차명 계좌가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발언을 무려 27번이나 하며 비켜갔다. 급기야는 ‘더 이상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마치 ‘차명계좌가 있으나 말 할 수는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국회와 국민을 희롱했다. 치안 총수가 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고성이나 질타 등 어떤 수모와 힐난도 참겠다는 뚝심을 보였다. ‘이 순간만 견디자’며 자리를 위해서는 어떤 난관(?)도 겪겠다는 투지는 차라리 측은해 보였다.
이들이 적절하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서민과 함께하며 국민화합을 주창하는데 이들이 과연 부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부는 투기 근절을 외치는데 고위공직자는 투기를 하고, 고인이 된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여론을 요동치게 만들어놓고도 ‘배째라’로 일관하는 그들이 이 나라의 장관, 청장으로 적당하단 말인가. 그 부담은 결국 대통령과 정부가 져야 할 텐데 말이다.
정진영 카피리더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