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은행금고 열어 달라” 가처분 신청… 무엇이 들었을까

입력 2010-08-26 18:48


일곱 자녀를 둔 80대 노인이 한 시중은행에 대여금고를 남겨둔 채 아무 말 없이 숨지자 일부 자녀들이 “은행 금고를 열어 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A씨는 첫째 아들의 자녀 앞으로 수억원대 부동산을 남기고 최근 사망했다. A씨는 은행에 대여금고를 개설해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생전에 이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녀들은 A씨가 숨진 뒤에야 대여금고 존재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은행에 금고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부친이 은행 대여금고를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점과 다른 여건 등을 고려해 보면 금고에 유언장이나 다른 유품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숨진 부친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 기한이 다가와 금고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상속재산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금고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줬을 뿐 모친과 상속인인 자녀 7명이 모두 금고 공개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금고를 열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대해 자녀들은 모친은 몸이 불편해 은행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고, 일부 자녀는 금고를 여는 데 비협조적이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워 모든 상속인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여금고는 아버지가 은행에 보증금과 수수료를 내고 이용했던 것이므로 아버지의 상속인들도 금고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은행은 금고 문을 여는 데 방해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상속인 모두가 아닌 일부에게 대여금고를 열어보도록 해서 생길 책임 문제는 공증인 또는 제3자가 입회하면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