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왜 금연운동을 해야 하는가

입력 2010-08-26 16:51

[미션라이프] #보행 중 앞서 가던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좋든 싫든 그 연기를 다 마셔야 되는 기분 나쁜 상황이 됩니다. 정말이지 보행 중 흡연이 법적으로 금지됐으면 좋겠습니다.

#건물 앞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건물에 들어갈 때 그 연기를 마셔야 되는 것이 괴롭습니다. 건물 출입구 쪽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이 있었으면 합니다.

#아파트 옆 라인에서 풍겨나는 담배냄새,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냄새 때문에 제 폐가 썩진 않는지 걱정입니다. 피우지 말라고 호소해도 “문 닫고 살라”고 되레 큰소리칩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간접흡연 피해신고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다. 담배는 신체에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 흡연자에게는 심혈관, 폐 등 신체 각 부분의 암 유발 요인이 된다. 간접흡연자들도 흡연자 못지않게 피해가 크다. 흡연자를 주위에 둔 비흡연자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병에 노출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비흡연자들이 제기하는 금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배연기는 아동들에게 ‘죽음의 연기’가 될 수 있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동은 영아돌연사증후군, 급성호흡기감염, 심한 천식에 걸릴 확률이 일반 아동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성인의 경우는 관상동맥질환과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철저한 금연주의자들이다. 사실 금연 전통은 한국 기독교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다. 조선에 처음 복음을 전한 미국인 선교사들은 대부분 엄격한 청교도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 백성들이 지나친 음주와 끽연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발견하고 아예 금주와 금연을 기독교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으로 제시했다.

지난 해 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금주·금연의 기원을 발표한 윤은순(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심사2팀장)씨는 “초기 미국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성전’인 몸을 거룩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들은 음주와 흡연을 구원과 직결된 문제로 보지는 않았지만 초기 한국 크리스천들이 자발적으로 금주와 금연을 실시하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개별 교회 차원에서 진행되던 금주·금연 운동은 1920년대 들어 범교단적이고 전국적인 ‘절제운동’으로 확산됐다. 1923년 설립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절제회)는 술과 담배의 해로움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절제회는 금주와 금연 외에도 당시 사회 문제였던 마약의 퇴치 작업에도 치중했다. 절제회의 이같은 운동은 시대가 바뀐 요즘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절제회 김영주 회장은 “창립 초기와 마찬가지로 2010년 한국 사회에서 음주·흡연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 문제”라면서 “금주와 금연 운동은 개인의 몸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가정을 지키며 자라나는 다음세대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 운동”이라며 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흡연 문제도 심각하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1명이 흡연을 하고 있다. 청소년 시기의 흡연은 성장 중인 신체와 뇌 기능에 큰 손상을 준다. 임신 중 흡연이 태아에 미치는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일반인 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교육이 필수적이다. 담뱃세 및 담배가격 인상도 적절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담배가격 인상은 일시적으로 담배 소비를 저하시키는 이외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교육을 통해 스스로 흡연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돕는 일이다. 김 회장은 “흡연 예방교육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뿐 아니라 교회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설교와 각 주일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흡연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흡연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부터 예방교육이 적극적이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절제회는 최근 이같은 예방교육의 일환으로 대성그룹과 함께 청소년과학캠프를 개최했다. 참가 청소년들에게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요소들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흡연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게임으로 제작하게 했다. 제작된 게임은 오는 9월 1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와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2010 경기 기능성게임 페스티벌’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흡연은 분명 죄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성전’인 몸을 담배연기로 물들게 할 수 없다.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의 영광과 한국 기독교의 아름다운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폐해가 많은 흡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연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